‘중티’의 역습 – 중국 제품에 대한 한국 Z세대의 인식 변화

By Tracy Shim

우리는 최근 사탕 관련 소비자 리서치를 하면서 ‘샤오커오라’라는 중국 사탕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는 중국 제품, 특히 식품에 대해서 품질이나 안전과 관련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는데 최근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그러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스럽다’ 혹은 ‘중티난다’는 말은 촌스럽고 조악하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세련되지 못한 과함, 어딘가 허술한 만듦새를 가리키는 다소 부정적인 표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Z세대 사이에서 이 단어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차이나맥싱(Chinamaxxing)’ 트렌드가 번지면서, ‘중티’는 어느덧 과감하고 독특해서 오히려 힙한 하나의 B급 개성으로 쓰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 사탕 샤오커오라도 SNS의 숏폼으로 바이럴을 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언론에 보도된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최근 1년간 ‘중티’ 언급량은 250% 넘게 뛰었고, 긍정 감성 비율 역시 70%를 상회한다. 관련 단어로 ‘예쁘다’, ‘화려하다’ 같은 칭찬이 함께 따라붙고 있다.

과거 ‘한국적인 것’이 관광지 기념품 취급을 받다가 유연한 재해석을 거쳐 힙한 트렌드가 되었듯, 한때 배척받던 중국풍 감성 역시 어떻게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으로 스며들었을까? 단순히 한때의 유행으로 넘기기엔 Z세대의 문화 소비 공식 자체가 바뀐 결과에 가까워 보인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아이돌 팬덤 문화, 그리고 정치와 문화를 철저히 따로 떼어놓고 보는 요즘 세대의 실용적인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거부감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첫 번째 계기는 단연 숏폼 미디어다. 릴스나 틱톡처럼 15초 안에 시선을 끌어야 하는 피드 속에서, 쨍한 색감이나 과감한 패딩 자수, 도우인 메이크업 같은 중국 특유의 화려함은 촌스러움이 아니라 ‘단번에 눈길을 끄는 강렬한 비주얼’로 작동한다. 여기에 ‘중티’라는 단어가 유쾌한 밈으로 소비되면서 문턱이 더 낮아졌다. “오늘 스타일 좀 과한데? 완전 중티나네” 같은 말은 타인을 깎아내리는 조롱이 아니라, 친구끼리 과한 연출을 주고받는 친숙한 장난에 가깝다. 과함을 억지로 세련되게 가공하기보다 그냥 하나의 놀이로 즐기다 보니 특유의 거부감도 자연스럽게 희석된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의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라고 풍자하거나 다이슨을 모방한 중국 제품을 ‘차이슨’이라고 폄하하면서 저렴하지만 품질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로보락’이 이미 로봇청소기의 최강자로 자리 잡았고 DJI의 액션캠이나 Laifen의 헤어드라이어 등은 꽤 고가의 웰메이드 제품으로 점차 입소문을 타며 인정을 받고 있다. 아직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명품 가죽 가방 브랜드 Songmont,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라우푸 골드 등은 상하이 여행을 간다면 한번 체크해 봐야 할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중국 브랜드는 더 이상 가성비 좋은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의 하나로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패션이나 미디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Z세대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식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하이디라오’에서 특유의 직원 춤 서비스를 받으며 숏폼 챌린지를 찍거나, 장원영이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며 화제가 된 중국 차 브랜드 ‘차지(CHAGEE)’처럼 힙하게 재해석된 브랜드를 소비하는 행위는 더 이상 생소한 이국 문화의 체험이 아니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식문화를 하나의 유쾌한 놀이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는 흐름이 ‘중티’ 감성의 거부감을 낮추는 데 일조한 셈이다.

이처럼 미디어와 식문화를 넘나드는 유쾌한 놀이가 매력적인 취향으로 안착하는 데는 K-POP 글로벌 멤버들의 역할도 컸다. 제로베이스원의 장하오나 에스파의 닝닝처럼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중국인 멤버들은 Z세대에게 본토의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K-POP 시스템 안에서 가공된 이들의 감각을 접하면서, 젊은 소비자는 국적이나 정치라는 거창한 프레임보다 인물 자체의 실력과 스타성에 먼저 반응한다. 호감형 인물이 보여주는 본토의 스타일은 경계해야 할 이질감이 아니라 “따라 해보고 싶은 힙한 스타일”로 재발견된다.

여기에 중국 미디어 콘텐츠 자체의 재미가 더해졌다. 최근 젊은 층은 거대 자본이 들어간 선협물이나 사극의 화려한 영상미를 즐기고, 회당 1~2분짜리 ‘숏폼 드라마’를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소비한다. 넷플릭스의 중국 사극 시리즈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장대한 스케일과 이국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중국 배우들에 대한 팬덤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어쩌면 문화 콘텐츠에 있어서 ‘중류(China Wave)’가 한류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지 모른다. 여기서 핵심은 문화 소비와 정치적 이미지의 완벽한 분리다. 요즘 세대의 콘텐츠 소비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나한테 재미있는가, 눈이 즐거운가.” 콘텐츠가 직관적인 재미를 주면, 국적에 대한 선입견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순수한 취향의 영역만 남는다.

결국 ‘중티’의 반전은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호감이라기보다 숏폼과 밈이 문턱을 낮추고, 아이돌이 취향을 연결하며, 콘텐츠가 재미를 보장해 준 결과에 가깝다. 낯선 스타일을 비웃거나 거부하기보다, 일단 유연하게 즐겨보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셈이다. 생소함 속에서 재미를 찾고, 과함 속에서 힙함을 읽어내며, 다름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쓸 줄 아는 Z세대의 유연한 소비 방식이 ‘중티’라는 단어의 위치를 바꾸어놓았다.

Key Takeaways

  1. 어색함’을 ‘B급 밈(Meme)’으로 승화시키는 Z세대의 유희적 소비

과함이나 이질감을 억지로 고급스럽게 포장하기보다, 밈(Meme) 형태의 놀이로 소비할 때 거부감은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Z세대는 주류 미감에서 벗어난 스타일도 유쾌한 놀이이자 힙한 개성으로 전환해 수용한다.

  1.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콘텐츠 본연의 재미’와 ‘인적 매개체’

복잡한 고정관념이나 편견보다 ‘직관적 도파민(재미·비주얼)’과 호감형 인플루언서·아이돌이라는 ‘친근한 매개체’가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열게 한다. 브랜드는 거창한 스토리텔링보다 소비자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확실한 매력 포인트에 집중해야 한다.

  1. 식문화부터 숏폼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는 ‘취향의 다변화’

한 영역(숏폼)에서 낮아진 문화적 문턱은 식문화(하이디라오, 차지)와 미디어(숏폼 드라마) 등 일상 전반으로 빠르게 번져나간다. 브랜드는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놀이터 안으로 스며드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