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티’의 역습 – 중국 제품에 대한 한국 Z세대의 인식 변화

By Tracy Shim

우리는 최근 사탕 관련 소비자 리서치를 하면서 ‘샤오커오라’라는 중국 사탕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는 중국 제품, 특히 식품에 대해서 품질이나 안전과 관련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는데 최근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그러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스럽다’ 혹은 ‘중티난다’는 말은 촌스럽고 조악하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세련되지 못한 과함, 어딘가 허술한 만듦새를 가리키는 다소 부정적인 표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Z세대 사이에서 이 단어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차이나맥싱(Chinamaxxing)’ 트렌드가 번지면서, ‘중티’는 어느덧 과감하고 독특해서 오히려 힙한 하나의 B급 개성으로 쓰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 사탕 샤오커오라도 SNS의 숏폼으로 바이럴을 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언론에 보도된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최근 1년간 ‘중티’ 언급량은 250% 넘게 뛰었고, 긍정 감성 비율 역시 70%를 상회한다. 관련 단어로 ‘예쁘다’, ‘화려하다’ 같은 칭찬이 함께 따라붙고 있다.

과거 ‘한국적인 것’이 관광지 기념품 취급을 받다가 유연한 재해석을 거쳐 힙한 트렌드가 되었듯, 한때 배척받던 중국풍 감성 역시 어떻게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으로 스며들었을까? 단순히 한때의 유행으로 넘기기엔 Z세대의 문화 소비 공식 자체가 바뀐 결과에 가까워 보인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아이돌 팬덤 문화, 그리고 정치와 문화를 철저히 따로 떼어놓고 보는 요즘 세대의 실용적인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거부감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첫 번째 계기는 단연 숏폼 미디어다. 릴스나 틱톡처럼 15초 안에 시선을 끌어야 하는 피드 속에서, 쨍한 색감이나 과감한 패딩 자수, 도우인 메이크업 같은 중국 특유의 화려함은 촌스러움이 아니라 ‘단번에 눈길을 끄는 강렬한 비주얼’로 작동한다. 여기에 ‘중티’라는 단어가 유쾌한 밈으로 소비되면서 문턱이 더 낮아졌다. “오늘 스타일 좀 과한데? 완전 중티나네” 같은 말은 타인을 깎아내리는 조롱이 아니라, 친구끼리 과한 연출을 주고받는 친숙한 장난에 가깝다. 과함을 억지로 세련되게 가공하기보다 그냥 하나의 놀이로 즐기다 보니 특유의 거부감도 자연스럽게 희석된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의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라고 풍자하거나 다이슨을 모방한 중국 제품을 ‘차이슨’이라고 폄하하면서 저렴하지만 품질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로보락’이 이미 로봇청소기의 최강자로 자리 잡았고 DJI의 액션캠이나 Laifen의 헤어드라이어 등은 꽤 고가의 웰메이드 제품으로 점차 입소문을 타며 인정을 받고 있다. 아직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명품 가죽 가방 브랜드 Songmont,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라우푸 골드 등은 상하이 여행을 간다면 한번 체크해 봐야 할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중국 브랜드는 더 이상 가성비 좋은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의 하나로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패션이나 미디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Z세대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식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하이디라오’에서 특유의 직원 춤 서비스를 받으며 숏폼 챌린지를 찍거나, 장원영이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며 화제가 된 중국 차 브랜드 ‘차지(CHAGEE)’처럼 힙하게 재해석된 브랜드를 소비하는 행위는 더 이상 생소한 이국 문화의 체험이 아니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식문화를 하나의 유쾌한 놀이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는 흐름이 ‘중티’ 감성의 거부감을 낮추는 데 일조한 셈이다.

이처럼 미디어와 식문화를 넘나드는 유쾌한 놀이가 매력적인 취향으로 안착하는 데는 K-POP 글로벌 멤버들의 역할도 컸다. 제로베이스원의 장하오나 에스파의 닝닝처럼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중국인 멤버들은 Z세대에게 본토의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K-POP 시스템 안에서 가공된 이들의 감각을 접하면서, 젊은 소비자는 국적이나 정치라는 거창한 프레임보다 인물 자체의 실력과 스타성에 먼저 반응한다. 호감형 인물이 보여주는 본토의 스타일은 경계해야 할 이질감이 아니라 “따라 해보고 싶은 힙한 스타일”로 재발견된다.

여기에 중국 미디어 콘텐츠 자체의 재미가 더해졌다. 최근 젊은 층은 거대 자본이 들어간 선협물이나 사극의 화려한 영상미를 즐기고, 회당 1~2분짜리 ‘숏폼 드라마’를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소비한다. 넷플릭스의 중국 사극 시리즈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장대한 스케일과 이국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중국 배우들에 대한 팬덤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어쩌면 문화 콘텐츠에 있어서 ‘중류(China Wave)’가 한류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지 모른다. 여기서 핵심은 문화 소비와 정치적 이미지의 완벽한 분리다. 요즘 세대의 콘텐츠 소비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나한테 재미있는가, 눈이 즐거운가.” 콘텐츠가 직관적인 재미를 주면, 국적에 대한 선입견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순수한 취향의 영역만 남는다.

결국 ‘중티’의 반전은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호감이라기보다 숏폼과 밈이 문턱을 낮추고, 아이돌이 취향을 연결하며, 콘텐츠가 재미를 보장해 준 결과에 가깝다. 낯선 스타일을 비웃거나 거부하기보다, 일단 유연하게 즐겨보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셈이다. 생소함 속에서 재미를 찾고, 과함 속에서 힙함을 읽어내며, 다름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쓸 줄 아는 Z세대의 유연한 소비 방식이 ‘중티’라는 단어의 위치를 바꾸어놓았다.

Key Takeaways

  1. 어색함’을 ‘B급 밈(Meme)’으로 승화시키는 Z세대의 유희적 소비

과함이나 이질감을 억지로 고급스럽게 포장하기보다, 밈(Meme) 형태의 놀이로 소비할 때 거부감은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Z세대는 주류 미감에서 벗어난 스타일도 유쾌한 놀이이자 힙한 개성으로 전환해 수용한다.

  1.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콘텐츠 본연의 재미’와 ‘인적 매개체’

복잡한 고정관념이나 편견보다 ‘직관적 도파민(재미·비주얼)’과 호감형 인플루언서·아이돌이라는 ‘친근한 매개체’가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열게 한다. 브랜드는 거창한 스토리텔링보다 소비자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확실한 매력 포인트에 집중해야 한다.

  1. 식문화부터 숏폼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는 ‘취향의 다변화’

한 영역(숏폼)에서 낮아진 문화적 문턱은 식문화(하이디라오, 차지)와 미디어(숏폼 드라마) 등 일상 전반으로 빠르게 번져나간다. 브랜드는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놀이터 안으로 스며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Z세대가 향수를 소비하는 새로운 공식

2026년 1학기 센티플 김기호 대표가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에서 진행한 <마케팅 인류학> 워크샵 수업 중에서 Z세대의 향수 소비에 대한 학생들의 우수 발표 사례를 소개합니다.

Z세대가 향수를 소비하는 새로운 공식(탬버린즈 사례 연구):

윤희주(경영학과), 이수민(문화인류학과)

향수를 고를 때 여러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은 당연히 ‘향’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Z세대의 소비 세계에서는 이 당연한 공식이 완전히 뒤집히고 있습니다.

마케팅 인류학 연구(윤희주·이수민)에서 발표한 흥미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가장 핫한 브랜드인’탬버린즈(TAMBURINS)’를 하나의 렌즈로 삼아 분석한 결과 아주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Z세대가 향수를 선택하는 기준은 신체적인 후각 기능 그 너머에 작동하는 복층적인 문화적 메커니즘이 있다는 점인데요. 이들이 향수라는 액체 뒤에 숨겨진 어떤 가치를 소비하고 있는지, 흥미로운 마케팅 인사이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공간이 설계하는 의례: 매장인가, 미술관인가?

탬버린즈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서면 이곳이 향수 매장인지, 현대 미술관인지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거대한 버섯 조형물과 압도적인 미디어 아트가 공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 구조는 문화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Turner)의 ‘의례 과정(Ritual Process)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매장을 방문하며 일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브랜드 세계관으로 진입하는 의례적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 분리 (지상 외관): 번잡한 성수동 거리라는 일상 공간으로부터 분리됩니다.
  • 과도기 (계단 및 진입): 지하 쇼룸(showroom)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차단되는 경험을 합니다.
  • 통합 (브랜드 세계관 참여): 제품명이나 가격 정보가 최소화된 전면 전시 공간에서 온전히 브랜드를 체화합니다.

연구진의 흥미로운 관찰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드는 순간은 향을 맡을 때가 아니라 조형물 앞에 섰을 때였습니다. 즉, Z세대는 후각적 자극을 받기 전에 이미 시각적 경험과 공간의 미학에 매료되어 소비를 결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술관 도슨트가 된 직원들: 큐레이팅된 비밀 퍼포먼스

탬버린즈의 오프라인 경험을 진정 매력적으로 만드는 숨은 공신은 바로 ‘직원들의 포지셔닝’에 있습니다. 이들은 일반적인 매장에서처럼 빠른 판매나 결제를 유도하는 전통적인 판매원의 모습이 아닙니다. 마치 전시회에서 관람객을 안내하는 ‘미술관 도슨트’처럼 행동합니다.

이러한 도슨트형 가이드는 소비자가 느끼는 의례적 신성함과 특별함을 한층 더 끌어올립니다. 이곳에서는 제품 설명과 추천이 단순히 매대 위에서 기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고객의 경험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신비로운 영역으로 이끄는데, 예를 들어 묵직한 커튼 뒤로 들어가 정성스러운 손글씨가 적힌 시향지를 직접 가져다주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러한 연극적이고 극적인 요소(Theatrical element)는 향수 쇼핑을 사적이고 은밀한 하나의 퍼포먼스로 격상시킵니다. 소비자는 이 과정을 통해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일종의’비밀스러운 의식’에 참여하는 듯한 거룩함과 특별함을 선물 받게 됩니다.

후각의 정경화: 향기가 아닌 ‘장면’을 팝니다

향이라는 감각은 보이지 않고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탬버린즈의 직원들은 ‘후각의 정경화(情景化)’라는 고도의 세일즈 언어를 사용합니다. 탑·미들·베이스 노트 같은 화학적 성분을 나열하는 대신, 향을 특정 장소, 풍경, 계절의 이미지로 번역하여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안개가 끼고 이끼가 낀 숲 같은 느낌이에요. 한강의 밤공기 같은 향입니다.”

이러한 언어를 통해 소비자는 향을 맡기도 전에 머릿속에 하나의 해석 틀을 갖게 됩니다. 브랜드가 향수가 아닌 ‘장면’을 판매하는 순간입니다. 또한 “지금 계절엔 무거우니 이 향을 추천한다”와 같은 시의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공간에서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제품 구매 명분으로 연결시킵니다.

자기 만족’이라는 서사의 반전

심층 면담에 참여한 Z세대 소비자들은 입을 모아 향수를 오직 ‘자기 만족’을 위해 뿌린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실제 행동 패턴을 깊이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모순이 발견됩니다.

  • 사회적 무대 전면의 실천: 한 참여자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절대 향수를 뿌리지 않으며, 친구를 만나러 나왔다가 향수 뿌리는 것을 깜빡했다는 걸 인지하면 약속 시간에 늦더라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 뿌린다고 답했습니다. 향수가 빠지면 그날의 완벽한 준비가 무너진 것 같다는 허전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 전략적 기회비용: 또 다른 참여자는 *”알바를 갈 때는 굳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비싼 향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저렴한 탈취제만 뿌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의 ‘자아 연출 이론’과 일치합니다. Z세대에게 향수는 단순한 위생 도구(씻기나 탈취제 영역)가 아닙니다. 깨끗하게 관리된 신체 위에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이미지’를 덧입히는 철저한 미적 표현이자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것입니다.

  1. 브랜드 기억’ vs ‘제품 기억’의 비대칭성

이번 연구가 브랜드 마케터들에게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화두는 바로 ‘브랜드 기억과 제품 기억의 비대칭적 양상’입니다. 탬버린즈는 대중적인 문화적 붐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독특한 딜레마를 겪고 있습니다.

  • 선명한 브랜드 기억: 플래그십 공간의 동선, 거대한 버섯 조형물, 제니나 필릭스 같은 셀럽의 강렬한 비주얼 이미지, 직원의 감각적인 언어는 뇌리에 아주 선명하게 남습니다.
  • 희미한 제품 기억: 시그니처 향인 ‘카모(CHAMO)’를 제외하고는 개별 향수의 이름을 자발적으로 연상하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탬버린즈 하면 딱 이거지”라고 할 만한 제품 중심의 정체성이나 역사성, 고급스러운 헤리티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면담 참여자들은 탬버린즈를 ‘샤넬, 딥디크, 바이레도’ 같은 명품 향수 브랜드와 ‘대중적인 로드숍 브랜드’ 사이의 다소 애매한 정체성으로 매핑했습니다. 제니를 활용한 셀럽 마케팅은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최초의 트리거(Trigger) 역할은 훌륭히 해냈지만, ‘직접 맡아보기 전에는 대리 경험이 불가능한 후각의 특성’ 때문에 향 자체에 대한 신뢰로 직결되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보여줍니다.

Key Takeaways:

탬버린즈의 사례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수많은 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중요한 나침반이 되어 줍니다.

  • 시각적 경험과 극적인 퍼포먼스(오브제, 공간, 도슨트형 직원)는 브랜드로 들어오는 강력한 문을 열어주지만, 지속 가능한 충성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명확하게 각인된 제품의 정체성입니다.
  • 나다움과 힙함을 강조하는 브랜드 메시지와 실제 대중적인 향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합니다. Z세대는 매우 예리해서 마케팅 이미지와 제품 본질 사이의 불일치를 자발적으로 포착해 냅니다.

Z세대는 이제 단순히 향수의 액체 성분만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공간의 아우라, 스토리텔링의 묘미, 비밀스러운 큐레이션 과정, 그리고 그것을 향유하는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까지 통째로 소비하는 Z세대의 복합적인 문법을 이해하는 브랜드만이 다음 세대의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Z세대의 새로운 아이덴티티, 디저트

By Tracy Shim

어떤 대상을 부르는 언어가 세밀해진다는 것은 그 대상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이 달라졌다는 신호이다. 언어에는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 우선순위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례로 영어의 ‘Rice’를 들 수 있다. 벼, 쌀, 밥을 하나의 단어로 아우르는 영어권과 달리, 한국어에서 밥은 그 상태와 용도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게 나뉜다. 오랫동안 우리 식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기에, 상황에 맞춰 구체적으로 구분해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이 논리를 최근 한국의 베이커리 시장에 대입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읽힌다. 과거 우리에게 슈톨렌, 파블로바, 플랑, 테린느 같은 명칭들은 생소한 외래어이거나 그저 ‘서양식 빵’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에 묶인 간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이들을 단순히 빵이라 뭉뚱그려 부르는 것은 마치 모든 커피를 그저 ‘검은 물’이라고 부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인 일이 되었다.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한 서울 주요 상권의 디저트 가격은 웬만한 식사 한 끼 값을 훌쩍 뛰어넘는다. 조각 케이크 하나가 2만 원에 육박함에도 Z세대가 기꺼이 지갑을 여는 풍경은, 이제 빵이 ‘식품’이 아닌 ‘패션’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들에게 디저트는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감각을 증명하는 아이덴티티의 표현 수단이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우는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개인의 미적 기준을 보여주는 ‘디지털 명함’ 역할을 하며, 어떤 브랜드의 디저트를 향유하는지가 그 사람의 트렌드 민감도를 대변하는 지표가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의 젊은 세대는 단순한 물건을 사는 것보다 ‘경험을 얻는 것’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에 올릴 단 한 컷의 완벽한 사진을 위해 전국의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가 일종의 성지순례처럼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이색적인 공간을 방문하고 독특한 디저트를 맛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좋은 대화 소재가 될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션하는 도구가 된다.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비주얼’이다. 자신의 경험을 시각적으로 남기는 성향 때문에, 같은 종류라도 색상과 모양이 얼마나 새롭고 예쁜지가 관심도를 결정한다. 대전 성심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튀김소보로’로 유명했던 성심당이 전국구로 더 크게 주목받은 계기는 ‘딸기 시루’ 케이크였다. 화려한 과일이 쏟아질 듯 쌓인 압도적인 비주얼이 SNS상에서 강력한 경험 콘텐츠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성심당의 ‘딸기 시루’ 케이크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5시간 이상 추운 거리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구매에 성공한 것 자체도 잊지 못할 경험 소비의 대상이 된다. 또한 성심당은 홍보에 큰 돈을 쓰지 않으면서도 기부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바이럴을 창출해 내고 있다.

나아가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맛만 평가하지 않는다. 디저트의 모양은 물론, 매장의 인테리어와 그 안에서 움직이는 스태프들이 전달하는 분위기까지 하나의 완성된 패키지로 경험한다. 기존 베이커리의 문법을 파괴하고 실험적인 조형물과 무채색의 공간, 마치 갤러리의 큐레이터처럼 보이는 스태프들의 절제된 움직임으로 브랜드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시각화한‘누데이크(NUDAKE)’가 대표적이다. 사진 속에서 제품과 공간, 사람이 어색함 없이 어우러질 때 소비자의 만족도는 가장 높아지며, 이는 곧 자발적인 공유와 강력한 팬덤으로 이어진다.

결국 디저트를 즐기는 행위는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자 가장 적극적인 ‘자기표현’의 과정이다.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를 선택하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동시대의 미감을 공유하고 자신의 세계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채워 나가는 투자에 가깝다. 이제 디저트는 식사 뒤에 따라오는 소소한 덤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강력한 패션 아이템이자, 자신의 감각을 드러내는 가장 구체적인 언어이다.

Key Takeaways

  • 취향의 언어가 곧 문화적 자본이 되는 시대: ‘빵’이라는 범용적 단어 대신 슈톨렌, 테린느, 플랑 같은 고유명사를 정확히 구사하는 현상은 디저트가 단순한 음식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지식 수준을 증명하는 고도화된 ‘문화적 자본’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 푸드(Food)를 넘어 패션과 콘텐츠로의 전이: Z세대에게 디저트는 허기를 채우는 열량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드러내는 ‘패션’이자 SNS 피드를 풍성하게 만드는 ‘경험 콘텐츠’이다. 밥값보다 비싼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은 미각적 충족을 넘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기표현의 재료’를 구매하는 행위이다.
  • 일관된 미감이 만드는 브랜드 팬덤: 성심당의 시루 케이크나 누데이크(NUDAKE) 사례처럼, 압도적인 비주얼과 공간의 철학, 스태프의 페르소나가 하나의 지향점을 향할 때 소비자들은 강력한 매력을 느낀다. 이제 디저트 비즈니스의 핵심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 소비자가 기꺼이 찾아가 기록하고 싶게 만드는 ‘완성도 높은 감각의 경험’을 설계하는 데 있다.

왜 C-뷰티는 한국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가

By Tracy Shim

한국의 뷰티 시장은 오랫동안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피부’라는 K-뷰티의 이미지로 정의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미적 감각이 떠오르고 있다. 짧은 영상 문화, 알고리즘 기반의 콘텐츠 발견, 그리고 즉각적인 시각적 임팩트를 추구하는 태도로 대표되는 이 변화는, 젊은 세대가 ‘뷰티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중국 뷰티 브랜드, 즉 C-뷰티가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뷰티가 어떻게 보여지고 느껴지는가’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INTO YOU Cosmetics

한국의 Z세대에게 뷰티는 화면 속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했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왔다. 이 피드 속에서 ‘주목받는 것’은 가장 중요한 화폐다. 그리고 C-뷰티는 그 시각적 언어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구사한다.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抖音)에서 유행한 ‘도우인 메이크업’은 이미 하나의 바이럴 템플릿이 되었다. 또렷한 음영, 길게 뻗은 속눈썹, 글로시한 그라데이션, 카메라에 바로 잡히는 광채로 단 몇 초 만에 얼굴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이 영상들이 한국의 틱톡과 핀터레스트로 퍼지면서, 대담하고 표현적인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진다.

가격 접근성 역시 C-뷰티의 매력을 키운다. 스타일과 현실적인 예산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에게, C-뷰티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Into You’의 립 머드나 ‘Judydoll’의 비비드 팔레트는 럭셔리 브랜드 가격의 일부만으로도 고품질의 색감과 질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여기에 또래들의 온라인 호평이 더해지면, 호기심은 곧 체험과 구매로 이어진다. 광고보다 지인의 추천이 더 빠르게 퍼지는 시대에, Z세대에게는 ‘동경’보다 ‘진정성’이 더 큰 힘을 갖는다.

©Judydoll

또 다른 핵심 요인은 바로 디자인이다. ‘Florasis’와 같은 브랜드는 시각적 장인정신을 통해 문화적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중국 전통 미술과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문양을 활용해, 수집하고 싶은 예술적 디자인의 콤팩트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의 많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이런 제품은 단순한 화장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 받아들여진다. 패키지 자체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될 때, 그 제품은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가 된다.

물론 C-뷰티의 성장에는 도전도 있었다. 일부 초기 선두 브랜드들은 브랜드 피로감과 시장 포화를 경험하며, 바이럴 인기만으로는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뷰티의 전반적인 성장세는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C-뷰티가 Z세대 소비의 속도와 감각에 완벽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C-뷰티 트렌드는 빠르게 진화하고, 시각적으로 매력적이며, 감정적으로 만족감을 준다.

@Florasis

이 변화를 지켜보는 글로벌 브랜드들에게 C-뷰티의 교훈은 단순히 ‘화장품’을 넘어선다. 이는 한 세대가 ‘무엇을 보고, 나누고, 함께 만들어가며 의미를 형성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에서의 C-뷰티 성공은 오늘날의 뷰티가 ‘외모’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Z세대는 ‘어떻게 보이는가’보다 ‘어떤 감정을 표현하느냐’를 더 중시한다. 그리고 C-뷰티는 그 감정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왜 Z세대는 작고 귀여운 것에 열광하는 걸까

By Tracy Shim

Z세대에게 캐릭터 IP, 미니어처 굿즈, 이모지 같은 작고 귀여운 것들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섭니다. 이는 불안정한 취업 전망, 감정적으로 소모적인 인간관계, 끊임없는 사회적 경쟁, 그리고 미래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Z세대의 깊은 감정적 현실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부드럽고 온화한 시각적 요소는 사람들에게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시각적 요소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압박에서 잠시나마 감정적으로 숨을 돌릴 수 있는 안식처가 됩니다.

심리학 역시 이러한 트렌드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본에서는 ‘카와이이(かわいい)’라는 개념이 따뜻함, 순수함, 감정적인 안전함을 의미합니다. 히로시마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귀여운 이미지를 보는 것이 집중력과 감정 반응을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이는 진화심리학의 ‘baby schema’ 이론과도 일치합니다. 예를 들어, 큰 눈이나 둥근 얼굴 같은 특징은 인간의 본능적인 보호 본능과 정서적 유대감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심리적 반응은 왜 특정 캐릭터들이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강하게 어필하는지를 잘 설명해줍니다. 많은 이들이 일부러 완벽하지 않게 디자인된 캐릭터에 끌리는데, 이는 그들의 감정 상태를 반영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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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망그러진 곰’이나 ‘먼작귀(먼지처럼 작고 귀여운 치이카와)’ 같은 캐릭터들이 젊은 세대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삐뚤빼뚤한 모양과 어색한 표정은 많은 Z세대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캐릭터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공감할 수 있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그 캐릭터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예상치 못한 위로와 공감을 느낍니다.

일부 캐릭터들은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를 넘어, 감정적인 공감을 통해 연결되기도 합니다. “열심히 안 해도 괜찮아” 같은 문구를 전하는 ‘최고심’이나 ‘도구리’는 감정적으로 지친 젊은 세대에게 위안을 주며, 온라인상에서 큰 팬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적 흐름이 강해지면서, 더 많은 브랜드들이 캐릭터 협업에 뛰어들고 있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올리브영과 메가커피 같은 브랜드들은 캐릭터 테마 캠페인을 통해 빠른 품절은 물론 높은 고객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최근 소매업 데이터는 캐릭터 상품과 블라인드 박스 피규어의 두 자릿수 성장률과 함께, 매출 증가 및 고객 충성도 상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양, LG U+와 같은 브랜드는 아예 자체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는 명확한 전략이 뒷받침될 경우 캐릭터 IP가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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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세대가 사용하고 소비하는 물건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니어처 피규어, 봉제 인형, 그리고 특히 캐릭터 키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고급 핸드백에 귀여운 키링을 여러 개 달고 다니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이는 럭셔리함과 감정적 부드러움이 뒤섞인 시각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감정적인 ‘애착 대상(emotional anchor)’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감정적 연결은 브랜드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핵심은 Z세대의 감정적 니즈를 제대로 이해하고, 깊이 있고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지닌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만 지속적인 충성도를 쌓을 수 있습니다.